네팔여행기 ⑩



산 속에서의 링반데룽을 경험한 어제의 혹독한 체험으로 체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그러나 걸음을 지체하거나 쉬고 있을 여력은 없었다.
아침 일찍 Tatopani(타토파니)에서 눈을 떠 보니, Yenina와 Niraj일행은 아침 산책을 나가고 없었다.
나와 Vivek은 일단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네팔 방문 이후 가장 호화롭던 식단이었다.


<↑초호화 식단??>



<타토파니 마을 전경>


<우리가 지난밤 뛰어들었던 강>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치도록 Yenina일행이 산책에서 돌아오지 않아, 우리는 먼저 길을 떠나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치곤 했기에 걷다보면 또 어디선가 만나게 될 거라고 Vivek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기대치 않은 상태에서 늘 마주치던 Yenina일행은 우리가 그렇게 예상한 그 시점부터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달까.
우연은 우리가 기대를 품게 되는 그 순간에 싫증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게 아닐런지.

아무튼 그 날 우리는 Beni를 거쳐 결국 포카라에 가기까지 다시 무수한 시간을 걸어야 했다.


<히말라야 산 속의 학교>


<야외수업중???>

 


<길에서 마주친 검은소>


<자유롭게 산 속을 활보하는 소 떼>


<역시 험난하던 하산길>


 Beni에 도착해 드디어 힘들던 히말라야 트래킹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그곳에서 포카라까지 트럭을 타고 가야했는데, 푼 힐Poon Hill에서의 심한 추위로 독감에 걸린 나는 몸 상태가 매우 안좋았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래에서도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트럭을 기다리며 앉아있자니 속속 하산하는 일행들이 눈에 띄었는데, 아쉽게도 익숙한 얼굴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우리는 좁은 트럭의 뒤에 올랐다. 사람들을 꾹꾹 눌러 태운 트럭은 매우 비좁았다.
어마어마한 흙길을 달리는데 정말 먼지가 마치 소독차 달리듯 뿌옇게 피어올라서 나는 계속 마른 기침을 쏟아내야 했다.
눈도 너무 따가웠고, 목도 아팠다.

여차저차하여 간신히 포카라 도착!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입 안 먼지가 가득한 느낌이라 침을 바닥에 뱉었는데, 놀라울만큼 까만 색이었다.
몸 깊숙이까지 먼지가 한가득 들어간 느낌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나는 거의 기진맥진하여 먼지 뒤집어쓴 몸을 씻을 생각도 못한채, 옷이나 신발을 벗을 생각도 못한채,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뻗어 일어나지 못했다.
하루종일 몸을 쉬어야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 몸 상태가 안좋았다.

그러나 Vivek은 호텔 주인과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며 뭔가 분주한 느낌으로 왔다갔다 했다.
조금 심각한 얼굴이라 내심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참 후, 방으로 들어온 Vivek이 매우 안쓰러운 얼굴로 상황을 설명해주었는데, 정말 절망적이었다.

내일부터 포카라의 버스업체가 모두 파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 파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며, 따라서 잘하면 한동안 카트만두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게 아닌가.
아찔했다.
예정된 출국 일정에 꼭 출국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Vivek의 이야기를 듣고 기가 질렸다.
Vivek의 말에 의하면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은 바로 오늘! 그것도 지금 당장 출발하는 것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져가는데 그 밤중에 다시 여정이 시작되다니...!!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미 카트만두까지 가는 직통버스는 모두 끊겨버렸고,
우리는 뭉링 Mungling이라는 지역까지 포카라 버스를 타고 오늘 당장 가서 그곳에서 다시 카트만두행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파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행객들 모두 비상이 걸린 상태라 뭉링까지 가는 버스마저도 구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한시라도 빨리 버스정류장에 가보는게 상책이었다.

더 이상 손끝하나 까딱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위기 상황에서는 없던 힘이 솟아나는지
나는 다시 베낭을 매고, 발걸음을 떼었다.

버스 정류장은 어마어마한 상태였다.
파업 준비중인 버스 기사들과 시민들의 시끄러운 항의가 혼재되어 너무나 어지러운 모습.
게다가 Vivek 역시 너무 초조한 상태라 넋이 나간 나를 그 혼란 한가운데 버려두고 혼자 이리저리
표를 구하러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머릿 속에 아무생각이 안들고 그저 멍했다.

Vivek이 표를 구하러 동분서주한지 한 두 시간여가 지났을까.
간신히 버스의 표를 구해온 히어로 Vivek!
우리는 매우 좁은 버스에 몸을 싣었다.
짐칸을 따로 마련해주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자기 몸집만한 배낭을 무릎위에 얹은 상태로 이동해야 했다.
버스 안은 좌석 뿐 아니라 통로, 계단할 것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가뜩이나 다리가 짧은 나마저도 무릎이 앞좌석에 꽉 차게 닿아 아플정도로 좌석이 좁은 상태에다
위에 베낭을 안고, 초과인원을 훨씬 넘은 사람들이 탄 버스는 마치 전쟁포로들의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초호화식단으로 식사를 한 후, 종일 굶은 상태였는데다
감기 몸살은 점점 몸을 파고들어 나는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드디어 Mungling을 향해 버스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밤 9시.
기절에 가까운 상태로 버스를 타고 있다기보다 버스에 실린듯한 느낌으로 정신은 혼미해졌다.
한 대여섯시간을 달렸을까.
드디어 버스가 Mungling에 섰다.
새벽 두세시쯤 된 어정쩡한 시간.
앞으로 카트만두행 새벽 버스가 올 때까지 길 한가운데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내 몸 상태가 이미 한계에 이르러있는 것을 알아챈 Vivek은 또다시 동분서주하며 쉴 곳을 찾으려 노력했다.
간신히 낡은 호텔을 찾았는데, 정말 놀라울만큼 지저분하고 낡고 위험해보였다.
야쿠자같이 생긴 주인은 연신 하품을 하며 뭐라뭐라 말했는데, 돈을 더 줄테니 음식을 준비해달라는 Vivek의 요구에
달 바트 타카리라는 네팔 전통음식을 준비해주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입맛에 잘 맞아 늘상 좋아하던 달 바트 타카리가 너무 맛이 없었다.
위생 상태도 안좋은듯 했다.
먹는둥마는둥 하고 내 방에 들어갔는데, 방의 상태는 정말 눕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더 이상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문을 잘 잠그고 난 뒤 옷을 벗지도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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