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여행기 ⑤

2007/2/17

  

조금 여유있게 일어났다.
어차피 어제 permission을 받지 못해 산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택시 한 대를 빌려서 포카라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포카라는 네팔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이다. 외국인이 많이 찾고, 네팔인들도 신혼 여행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나 제주도쯤 되는 도시같다.
그리고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카트만두의 복잡함과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네팔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나에게는 또 다른 네팔의 일면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장소였다.

 맨 처음 간 곳은 Devi's Fall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폭포의 하나이다.
그러나 Devi는 네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Vivek이 설명해준 말에 의하면 Devis라는 한 스위스인이 이 폭포에서 여자친구와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원래는 별로 유명한 폭포가 아니었지만 그 후에 점점 유명해져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굉장히 위험해 보여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지만 폭포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폭포였다.
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상의 보통 높이에서 지하를 향해 강한 물줄기가 떨어져 내린다.

 

↑ Devi's Fall 윗 부분.
물의 힘에 의해 바위가 둥글게 깎여나갔다.

 

 

Devi's Fall을 본 후, 우리는 Gupteshwor Mahadev Cave로 갔다.
예전에 Vivek이 사진으로 보내준 적이 있는 그 동굴이었다.
들어갈 때 외국인용 입장료와 네팔인 입장료가 있는데, 놀랍게도 나 역시 네팔인 요금으로 냈다.
나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Vivek은 계속 내가 네팔사람같다고 말해왔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동굴 입장료 사건 이후로 나는
Vivek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티켓 부스에서 나에게 네팔인용 티켓을 주는 일이 줄줄이 이어졌다.

 지하로 뚫린 거대한 동굴 안을 한 발짝 한 발짝 들어서며, 우리나라의 고수동굴이나 고씨동굴은
나름대로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딱히 안전바 같은 것도 없고, 갑자기 머리 위로 커다란 돌이 굴러 떨어지는가 하면,
(아슬아슬하게 피했음) 끊임없이 물이 뚝뚝 떨어졌다. 거기에다 건기와 우기의 차이가 커서
들어갈 수 있는 깊이가 계절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마지막 한계점에 출입금지 판 같은 것도 없어서
다니다가 위험해 보이면 알아서 멈추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거기에다 불빛을 설치하지 않은 곳도 있어서 어둡고 축축하고 가파른 동굴 안을 손으로 더듬으며 나아가야 했다.
그래도 정말 제대로 동굴을 탐험하는 기분은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자연산 동굴의 모습이 웅장해서 새삼 물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 동굴 안에서의 나

 

↑ 사진 찍는 나


 

↑ 동굴의 끝.
왠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갈라진 동굴 틈으로 한줄기 빛이
쏟아져 내리고, 그 빛은 물을 따라 바로 내 앞까지 흘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네팔 곳곳에 크고 작은 사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굴 깊숙이에까지 사원을 발견한 것이다.
힌두 사원이었는데, 아쉽게도 사원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사진 촬영은 하지 못했다.
시바와 파르바티(Parvati)의 아들인 가네사(Ganetha)신전이었다.
네팔 사람들은 가네사를 참 좋아해서 가네사 신전을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듯 하다.
그러나 사실

'가네사는 아버지 시바가 잘 때 떠들며 놀다가 잠이 깬 아버지의 화난 손길에 목이 잘려버린 비운의 신이다.
나중에 이를 불쌍하게 여긴 어머니가 코끼리 목을 잘라서 붙여주었기 때문에 코끼리 얼굴에 사람 몸을 하고 있다'

라고 Vivek에게 들었는데, 지금 다시 검색해서 알아보니 어머니 파르바티가 목욕하러 들어가면서 입구를 지키라고 부탁했는데,
아버지인 시바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화가 난 시바가 목을 잘라버렸다고 쓰여 있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듯 하다.
아무튼 배불뚝이 코끼리 신이 왠지 친근감있어서 네팔을 돌아다니면서 나도 가네사가 곧 좋아졌다.
마지막에는 가네사 조각품을 사기도 했다.

 

↑ 가네사의 그림

 

   다음에는 Pokhara Museum에 갔다. 솔직히 박물관 치고는 굉장히 열악하다고 생각했다.
민속 박물관이었는데, 그 곳에서 많은 놀라운 것을 알았다.
네팔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생활 모습에서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과거의 모습일수록 더욱 그랬다. 네팔의  역사나 전통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네팔의 전통문화는 한정적이지 않았다. 70개의 카스트가 섞여 살아서 그런지 너무나 많은 문화들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 많은 종족들이 통일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Vivek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박물관을 모두 구경한 후, 우리는 쉴 틈도 없이 곧바로 Seti River에 갔다. Seti는 네팔어로 하얗다는 뜻이다.
즉 하얀 강이라는 말이다. 물이 녹색, 파란색, 푸른색으로 보인 경험은 많지만, 하얀 물이라니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바다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 나는 거품같은 색을 지닌 곳을 상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강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하얀 색의 강이었고, 굉장히 차가웠다.
포카라를 꿰뚫고 지나가는 젖줄같은 강이었다.

 

↑ Seti River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잠시동안 바라보았다.
정말 거대한 어머니의 젖줄같은 강.

Vivek에게 물이 하얀 이유를 물었는데, 모른다고 했다.
석회수인걸까?
아마도 근처에 동굴이 많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미끌미끌한지 만져보고 싶었지만, 물의 흐름이 너무 거세서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Vivek은 겁도 없이 툭 울타리를 넘더니 물을 만지며 좋아했다.


 강을 구경하고 구석에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니 그곳은 힌두 사원이었다. 시바를 모시는 곳이었다.
한 네팔인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나오더니 뭔가 계속 말을 했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굉장히 반가워하는듯 했다. 나중에 Vivek의 말에 의하면, 그 할아버지는 사원의 사제였다.
그러나 특이한 것이 보통은 Cast가 브라만이어야 사제를 할 수 있는데, 그 할아버지는 Vivek과 같은 체트리임에도
불구하고 사제였다. 그런 사람이 드물게 있다고 했는데, 바로 그런 사제 중의 하나였다. 아무튼 같은 체트리를
만나서 그런지 둘은 반가워하며 이야기했다. Vivek이 그렇다고  말해준 것은 아니지만 둘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체트리'라는 단어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사제 할아버지는 그 사원을 찾아온 사람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고, 방명록도 보여주며 나에게도
방명록을 쓰라고 하셨다. 망설이다가 주소를 써주었다. 앞을 뒤져 보니 내 앞에도 딱 한 사람의 한국인이 있었다.
다 쓰고나자, 할아버지는 나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싶어했다. 나는 힌두교는 아니지만 기꺼이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다.
힌두교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마 한가운데에 티카를 찍는다.
이것은 축복을 기원하고, 신의 가호를 비는 의미로 대부분의 여자들은 매일 찍고 다니며,
남자들도 많은 사람들의 이마에 자리잡고 있다. 색소와 밥풀로 만들며, 여러 종류의 티카가 있어서
특히 여자들의 경우에는  기혼녀와 미혼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기혼녀의 경우에는 매일 아침 남편이 티카를 찍어준다.
또한 특별한 날에는 누나나 여동생이 남자 형제에게 티카를 찍어주는데, 티카의 수로 그 사람의 여자 형제 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줄곧 티카를 찍은 사람들을 보며 참 신기했는데, 나 역시 티카를 경험할 수 있어서 기뻤다.

 

↑ 티카와 함께 축복을 받는 모습
 

 

  그 다음에는 전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힌두 사원에 갔다.
이제까지 보았던 힌두 사원들은 솔직히 건물 한개가 전부였는데, 이 사원만은 여러 건물이 있는 큰 곳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대웅전, 극락전 등 많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는 사원을 기대했던 나는
네팔의 거리 곳곳 한 평 남짓한 크기에 자리잡은 네팔 사원이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사원의 입구에 막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다가왔다. 한 네팔 아저씨였는데, 나에게 이 사원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어했다.
이 사원에서 살면서 수도를 하는 사람인듯 했다. 그는 건물들을 돌며 나에게 아주 자세하게 안내해주었다.

 

↑ 사원의 전경

 

 
 


 

  아침부터 여러 곳을 다녀야 했으므로 점점 지쳐갔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포카라 시내로 돌아갔다.
점심은 Fried Rice였는데, 말 그대로 볶음밥이었다! 나는 이후로 이 메뉴를 즐겨 먹었다.

 

↑ 점심을 먹은 포카라 시내의 식당. 내가 이 곳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에도 다시 들렀다.

 

↑ 식당에서의 Vivek. ㅎㅎ 드디어 사진 공개!
왠지 글을 읽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않을까 해서
얼굴 공개를 미루고 있었다. 혼자 한겨울 만난 Vivekㅋㅋ

 

  식당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마쳤는데, Vivek이 놀라운 사실을 말해줬다.
사실은 내가 비행기에서 만난 Ram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가 어떻게 Vivek의 전화번호를 안 걸까?
그러나 곧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글로 의사소통하고자 넘겨줬던 수첩에서 슬쩍 Vivek의 전화번호를
보고 몰래 옮겨 적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는 나를 몹시 만나고 싶어한다고 했다.
Vivek은 지금 내가 카트만두가 아닌 포카라에 있어서 만날 수 없다고 말했던 모양이었다.
그 후로도 Ram은 정말 자주 전화를 걸어왔고 Vivek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포카라의 스투파에 가기 위해 출발했다.
스투파는 호수 한가운데 있는 산의 꼭대기에 있으므로, 우리는 스투파에 가기 위해 호수를 건너고, 산을 올라야 했다.
따라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천천히 길을 나섰다. 보트를 타기 위해 간 선착장은 정말 말 그대로 하늘이 높고,
싱그러운 풀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장소였다. 나는 정말 포카라에 반해버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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