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여행기 ①


2월14일.
발렌타인 데이.

딱히 이 날이 반가울리 없는 나는 서둘러 우리나라를 탈출해야했다.
아침에 Vivek에게 문자가 왔다.
Happy Valentines이라는 인사와 함께, 지금 현재 카트만두에 비가 내려서 좀 쌀쌀하니
따뜻한 옷을 챙겨오라는 내용이었다.

오후 5시반에 공항 리무진을 타고 준비도 충분히 못한 채 허겁지겁 여행길에 올랐다.
수속을 마치고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황급히 챙겨넣었던 아이젠이 걸렸다.
뾰족한 물건을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젠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던 나는
애원을 해보기도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다시 짐을 부치러 되돌아가야 했다.
서둘러 짐을 부치고 21시 비행기에 아슬아슬하게 탑승할 수 있었다.
비행기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방콕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와인을 주문해 마신 후에 잠을 잤다.
와인의 도움으로 예전보다는 괴로움 없이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태국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

나는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3번째 방문한 태국이지만, 작년부터 옛날의 돈무항 공항이 아닌
새롭게 수완나품 공항으로 비행기가 도착하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문을 연지 얼마 안되느니만큼 공항 주변에 딱히 변변한 시설이 없는데다
공항 내 호텔은 가격이 거의 10만원에 이를만큼 비쌌기때문이다.
태국에서 10시간 정도를 머물러야 하는 나는 공항에서 그저 버틸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호텔을 찾아내서 숙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다음날 네팔에서의 일정을 빡빡하게 세워놓았던 나는
여행 첫날부터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다소의 비용이 들더라도 호텔에 숙박할 것을 선택했다.

 

↑ 태국의 신공항인 수안나품 공항. 인천공항과 상당히 유사하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후끈했다.
3번째 만나는 태국의 공기였다.
공항 앞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태국 돈은 하나도 없고 달러와 원화만 있었기에 조금 걱정이 되어
택시 기사에게 달러로 얼마냐고 물었는데, 어이없을만큼 택시 기사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냥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그러다 핸드폰을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영어를 할줄 아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한듯 했다.
힘들게 힘들게 제3자를 통해서 가격을 흥정했다.
350BATT.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심야였던데다 워낙 흥정에는 재능이 없기에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공항에서 약 30분 거리의 아바나호텔.
미리 네이버에서 검색해 저렴하면서도 깔끔하고 서비스가 좋다고 알아간 곳이었다.
아바나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시가 다 되어있었다.
호텔 프론트에는 상당히 키 크고 잘생긴 청년이 체크인을 받았다.
이 청년 역시 어찌나 싱글싱글 웃어대는지 나까지 괜히 따라웃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외에 짐을 들고 따라오던 청년까지도 내내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어서 과연 미소의 나라임을 실감케했다.

안타깝게도 방은 2인실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호텔보다는 저렴했으므로 그대로 묵기로 했다.
다음날의 모닝콜을 부탁한 후, 방으로 올라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Avana Hotel의 Twin Room

 

 

'Travel > Nep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여행기 ⑤  (0) 2009.05.01
네팔여행기 ④  (0) 2009.05.01
네팔여행기 ③  (0) 2009.05.01
네팔여행기 ②  (0) 2009.05.01
네팔여행기 Prologue  (0) 2009.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