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기 4

 

 

2012.12.26.

 

 

 

 

 

■ 트럭투어 시작

 

 

아침 일찍 일어나 텐트메이트(?) 제시카와 함께 어둠 속에서 텐트를 걷었다.

예상외로 텐트에서의 밤은 아늑하고 괜찮았다.

짐을 모두 꺼내 옆 바닥에 내려놓고 텐트를 천부터 골조에서 해체하고, 그 후 골조를 접었다.

텐트를 모두 정리하고 트럭으로 가니 이미 아침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존이 계란을 부치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Y가 쵸베에서 찍은 사진을 구경하기도 하고, 커피를 내려먹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질 좋은 원두의 좋은 커피를 마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커피는 Mike가 미국에서 공수해온

미국산 원두커피였다.(=ㅅ=a)

 

커피를 마시며 Az와 인사를 했다. Az는 생긴 것은 딱 인도사람처럼 생겼는데, 파키스탄-인도계 영국인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였다. 런던에서 헤지펀드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식사준비가 다 되어 우리는 접시를 들고 줄을 섰다.

먹을만큼 음식을 덜어, 간이의자에 앉아 먹었다.

옆에 앉은 Bread에게 아프리카를 여행지로 고른 이유를 물었고, 그가 길게 답했지만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다 먹은 후에는 직접 세 단계에 걸쳐 설거지를 한 후, Flapping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접시흔들기.

처음에는 Az가 농담을 하거나 장난치는줄 알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진지하게 접시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진지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젖은 상태로 그릇을 넣으면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한 그릇, 요리도구, 포크, 나이프, 컵 등을 모두 물기

한 방울 남지 않도록 계속 흔들어야 했다.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으나 나 역시 동참하여 열심히 흔들었다.

 

 

식사한 그릇과 도구를 모두 함께 정리하고, 드디어 트럭에 올랐다.

짐이 놓여있지 않은 끝에서 두번째 왼쪽 자리에 앉게 되었다.

 

 

↑ 트럭 뒷쪽 모습

 

 

↑ 트럭 앞쪽 모습(좀 지저분하지만.....;;)

 

 

 

 

 

 

■ 고갱의 그림같은 잠비아의 풍경

 

 

 

 

트럭은 루사카를 향해 달렸다.

 

 

22일밤부터 쭉 혼자 지내왔기 때문일까? 트럭을 타고 모두 함께 달리는 그 자체가 너무 신나고 좋았다.

더욱이 혼자였기 때문에 이동도 힘들고, 거의 캠핑장에 갇혀있다시피 했던 것이다.

바깥의 풍경은 낯설고 신기하며 아름다웠다.

 

 

 

↑ 처음으로 트럭에 올라..

 

 

 

 

이 날의 여정은 거의 없었다. 그저 달리고 달려 루사카를 향할 뿐이었다.

 

 

내가 가진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난민, 가난이었다. 그러나 창 밖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의 풍경은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워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초원의 푸르름과 신선한 태양빛. 건강한 구릿빛 피부의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마치 고갱의 그림처럼 선명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매 순간순간의 장면이 그 자체로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 끝도 없이 이어지는 푸르른 초원

 

 

 

↑ 멀리서 본 마을의 정경

 

 

 

↑ 구릿빛 피부의 잠비아인들

 

 

 

↑ 바라보기 아까울만큼 아름답던 한 순간

 

 

 

↑ 어느 마을의 입구

 

 

↑ 역시 마을로 이어지는 길 위

 

 

 

약 6-7시간의 장거리 드라이브 후 우리는 루사카에 도착하였다. 점심은 중간에 내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루사카의 쇼핑몰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기로 하였다. 쇼핑몰은 굉장히 넓고 크고 현대적이었다.

 

 

 

 

나는 별다르게 살 것이 없었기에 구경하다가 물, 벌레약, 비스킷 조금을 샀다.

큰 쇼핑몰이라 다행히 카드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중간중간 어찌나 정전이 되던지 시간의 반은 쇼핑을 하고, 나머지 반은 어둠 속에서 전기가 다시 들어오길

기다려야 했다. 그런 상황이 매우 코믹하게 느껴졌다.

 

 

 

 

 

 

■ 투어 금액에 대한 의구심

 

 

크게 살 것이 없었기에 나와 Y는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해스본과 존, 스티브가 나와 앉아있었다.

Y는 콜라를 한 박스나 샀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한 병씩 주시고 함께 시원한 콜라를 마셨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이 여행의 시스템과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한국에서 송금한 돈이 1400$였는데, Y는 10,000$를 냈다고 했다.

처음에 나는 그 돈이 비행기값이나 로컬 페이를 포함한 돈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같은 회사의 같은 투어를 하며 어째서 이렇게 상이한 금액을 지불하게 된걸까?

우리는 여행의 과정과 금액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Y는 15년간 거래해온 여행사가 있었고, 그 여행사에 굉장히 친한 친구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여행사에 아프리카 여행을 의뢰했고, 명세서에 나온대로 지불했을 뿐이라 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이 여행은 한국에서 여행사에서 들은 설명과는 그 내용이 매우 달라 초반에 불만이 컸다고 했다.

늘 호텔에서 자고, 고기만 먹고, 지프에 대여섯명이 함께 여행할 거라고 들었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이 여행의 시스템과 매우 달랐다.

나는 이 여행이 마치 스카우트 수련회같은 시스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나날동안 텐트를 쳐야 하고, 직접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도,

이런 거대한 트럭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함께 이동하는 것도 모두 잘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Y는 그렇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Y가 거래해온 여행사가 사기를 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Y는 그 친구라는 분을 굳게 믿고 계셨고,

뭔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려 하셨다. (그러나 결국 몇 일 지나지 않아 우리는 상황을 다시 파악하게 된다)

 

 

 

 

■ 유레카 캠핑장에서 유레카를 외치다!

 

 

이러한 의구심을 남긴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트럭에 올라 오늘의 캠핑장은 Eureka Campsite로 이동하였다.

유레카 캠핑장은 이름 그대로 입구에서부터 우리에게 유레카를 외치게 했다.

바로 얼룩말들이 캠핑장 안을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 유레카 캠핑장의 얼룩말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날이 매우 흐렸던 것이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다행히 유레카 캠핑장에는 정자같이 생긴 것들이 있었다.

우리는 저마다 이 정자같은 것을 맡아 이 안에 텐트를 쳤다. 덕분에 텐트에 레인커버를 칠 필요도, 비에 젖은 텐트를

찝찝하게 접어넣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Az와 Mike, Bread는 정자를 맡지 못했다. 그 이유때문인지 이번 캠핑장에서 Az는 Young과 함께 업그레이드를

해서 캐빈에 머물렀다.

나와 제시카가 텐트를 막 완성한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텐트 밖, 정자 안에서 나와 제시카는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비 내리는 장면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 정자 안에 친 우리의 텐트

 

 

↑ 비 내리는 유레카 캠핑장

 

여행 경험담, 각자의 나라에서 일하는 이야기 등을 거쳐 우리의 화제는 다시 이번 여행으로 옮겨갔다.

나는 호기심에 제시카에게 이 여행을 위해 로컬페이와 비행기값 외에 얼마를 지불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제시카는 800$이라 답했다.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나의 1,400$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이 아닌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하면서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Y 뿐 아니고 나 역시 말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동안 누군가 무지개가 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는 무지개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무지개를 찍기 위해 우산을 찾자 Y가 기막혀하며

비를 맞고서라도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거라며 나를 거의 어거지로 떠밀었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카메라에 빗물이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며 무지개가 보이는 쪽으로 나갔다.

 

와우.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환상동화 안으로라도 들어온듯한 느낌.

무지개는 내가 평생 봐온 그 어떤 무지개보다도 선명하였다.

우리는 또한번 마음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게 되었다.

 

 

 

 

↑ 아름답던 무지개. 자세히 보면 쌍무지개임을 알 수 있다.

 

 

 

↑ 무지개를 잘 찍기 위해 비 맞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3人(토마스, 제시카, Y)

 

 

무지개의 풍경을 마음에, 사진에 담으며 신나하는 동안 서서히 해가 졌다.

우리는 새롭게 합류한 독일인 커플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황소만한 개가 우리 곁을 지켰다. 그렇게 큰 개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검은 개느 개인지, 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씻은 후 제시카는 바에 잠깐 들른다며 이동했고, 나는 텐트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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