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기 2

 

 

2012.12.24.

 

 

 

 

■ 빅토리아 폭포로!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하지만 따뜻한 기온(영상 30도 가량)의 이곳 짐바브웨에서는 그다지 실감나지 않는다.

일찍 잠든 덕분인지 일찍 깨어났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어제 남겨온 피자를 아침으로 먹었다.

내가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는 동안 우리 방에 머물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체크아웃하여 나가버렸다.

나는 여유가 있었으므로 샤워실로 가 씻고 천천히 화장을 했다.

푹 쉬었기 때문에 어제에 비해서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감기기운은 여전했다.

시간이 좀 일러 마이클 센델의 '정의'를 한 챕터 읽은 후 짐을 싸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카운터에 맡기기로 했는데 짐의 목록까지 만들어 보관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짐도 맡겼겠다.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빅토리아 폭포로 향했다.

 

 

 

↑내가 머문 Restcamp의 리셉션

 

 

 

가는 길에 Milky의 어쩌고 하는 아프리카 스타일의 석상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꽤 잘 만든 작품이라 눈길이 갔다.

내가 석상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구경하자 누군가가 설명해주겠다며 따라왔다.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고 나서는데 또 다른 이가 붙었다.

차분히 감상할 수 없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빠져나오고 말았다.

 

 

 

 

 

 

 

 

 

 

 

 

 

 

 

 

 

 

 

 

빅폴로 가는 길에도 기념품을 파는 여러 삐끼가 붙었는데 그 중 하나는 되도록 친절하게 거절하려 하자, 나이와 결혼여부를

묻는 둥 도가 지나쳤다. 또 게중에는 'I'll have you"라고 말하며 끈질기게 외길을 따라붙는 이도 있어 무척 무서웠다.

 

 

15분쯤 걸었을까. 빅폴 입구에 도착했다. 마치 에버랜드의 사파리 입구와 같은 느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곳은 레알 아프리카! 레알 짐바브웨였다.

이게 진짜다! 같은 느낌이랄까. 입장료는 그새 올랐는지 30$였다. ㅜ_ㅜ

 

 

 

 

↑빅토리아 폭포의 입구

 

 

 

↑30$가 찍힌 입장 티켓

 

 

 

빅폴은 생각보다 컸다. 길을 따라가니 각종 동물들의 두개골을 전시해놓은 것이 보였다.

 

 

 

 

 

 

 

 

 

더 걸어가니 나무 사이로 저 멀리 폭포가 보였다. 그 길은 리빙스톤 상이 있는 곳으로 이어졌다.

아무 생각없이 계속 걸어나간 철책이 가로막았다. 그 길이 아니었다. 다시 뒤로 돌아나오니 폭포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보이는 폭포의 뷰에 '와아~' 하고 감탄하고 나면 더 멋진 뷰가 바로 이어졌다.

 

 

 

 

 

↑폭포로 가는 아름다운 길

 

 

 

↑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빅토리아 폭포

 

 

 

 

 

↑ 리빙스톤 동상.

빅토리아 폭포는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인데 우연히 찾아온 영국인 탐험가가 그 폭포를 찾았다며 발견자라고 동상을 세워주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생각되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영국의 입장에서의 탐험가일 뿐. 아프리카에서 빅토리아 폭포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있는 우리 동네의 폭포가 아닌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입장에서의 탐험가인 리빙스톤은 이렇게 동상까지 세워지고 더불어 잠비아의 도시 이름으로 붙여지기까지 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폭포는 그 본모습을 점점 더 드러냈다.

윗쪽에는 물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어디에서 온 물인지 신기했다. 낙차에 따라 물은 다양한 모양을 그리며 떨어져내렸고,

때때로 오묘한 물안개로 뒤덮이기도 했다. 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적의 뷰였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여유있게 감상할 수가 없었다. 조용히 관조하자면 한 무리의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느라 이리저리 움직여 나도 그들을 피해

비켜주어야 했다. 그들 중 Wild horizon이란 회사에서 온 가이드가 나에게 호의를 보이며 사진을 찍어주고 자꾸 말을 붙여

부담스러웠다. 그를 마주치지 않느라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 바로 그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

 

 

 

 

 

폭포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이제 슬슬 지친다 생각할 때쯤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짐바브웨는 거기까지였다.

짐바브웨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철교가 보였고 그 중간에는 번지점프를 위한 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누군가 뛰어내릴까 싶어 좀 기다렸으나 아무도 뛰지 않았다. 나라면 뛸 수 있을까 자문해보았지마 자신이 없었다.

언젠가 죽고 싶을만큼 힘들면 바로 이곳에 와서 번지점프를 하자고 다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직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우울하다 했지만 죽을만큼 힘들진 않은 모양이었다.

 

 

 

 

 

 

↑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잇는 철교

 

 

 

↑ 철교에 드리워진 번지점프줄(흰색)

 

 

 

 

천천히 양산을 쓰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출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편안해보이는 나무등걸이 있어 잠시 앉았다.

앉아서 일기를 쓰기도 하고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그때 어떤 동양인 아주머니가 아기를 안고 다가왔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본인, 중국인을 보았던터라 전혀 기대치 않고 눈인사만 나누었다.

그런데 내가 쓰던 일기에 눈길을 주던 그분이 반갑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분이세요?"

 

고작 한국을 떠난지 이틀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왜 그리 반갑던지.

자고 있던 아기를 쉬게도 할겸 내 옆에 앉은 그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시아버지께서 선교활동을 하러 짐바브웨에 계셔서 겸사겸사 왔다는 것이다.

하라레에 몇 일 머물다 오늘 아침 빅폴에 온 참이라 하셨다. 그 분도 광진구쪽에 살고 있으며 본인도 남편과 함께

세종대에서 기독 관련 활동을 한다 하셨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이 반가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 시아버지되시는 분과 남편분이 뒤늦게 사진을 찍고 오셨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는데 어째 그 두분의 반응은 여자분과는 좀 달랐다.

다소 무관심과 귀찮음이 느껴져 따라걷다가 중간에 화장실을 가겠다며 인사를 했다.

나의 과민반응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에 편견을 가지고 계신 느낌이었다.

처음은 좋았으나 끝이 씁쓸한 만남이었다.

 

 

 

 

 

 

↑ 길가를 돌아다니는 멧돼지

 

 

 

↑ 잠시 휴식을 취하며

 

 

 

 

여자분과 대화하느라 너무 지체되었다. 서둘러 캠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빅폴에만 3시간이나 있었던 것이다.

가는 도중에 어제 먹은 피자집 옆의 테이크아웃 음식점에서 버거를 샀다.

테이크아웃인데도 어제처럼 4$였다. 테이크아웃점이라 자리가 없어 밖 나무 그늘에 앉아 먹었다.

혼자 먹자니 모두의 시선을 받는 것 같아 거북했다. 음식을 입 안에 마구 우겨넣었다.

편의점에서 물을 산 후 캠프로 돌아왔다.

문지기는 내 이름까지 부르며 반겨주었다.

택시를 불러주어 국경까지 갔는데 국경은 방금 내가 다녀온 빅폴 바로 옆이 아닌가. 왠지 속은 기분.

 

 

 

 

 

 

↑빅폴 입구의 계단 난간. 이마저도 아프리카의 정취가 솔솔.

 

 

 

 

↑ 철길 앞

 

 

 

 

 

 

↑ 숙소로 돌아가는 길

 

 

 

↑ 테이크아웃 버거가게

 

 

 

 

 

 

Immigration으로 가서 쉽게 출국을 하고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자마자 파란택시 기사 하나가 3$를 외쳤으나 그냥 무시했다.

방금 굉장히 가까운 길을 5$나 내고 온 억울한 기분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뿔싸!

국경 철책을 넘는다고 바로 잠비아가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하필 시간도 태양이 가장 뜨거운 오후 2시!

타는듯한 뙤약볕 아래를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보조가방 2개에 2kg짜리 침낭을 들고 걸어야 했다.

그늘 한 점 없었다.

채 100m도 못가 3$를 부르던 택시기사의 말을 무시했던 것을 후회했으나 이미 돌아갈 수 없었다.

불현듯 어제 스치듯 들었던 리셉션 직원이 설명이 떠올랐다.

짐바브웨쪽으로 2km, 잠비아쪽으로 1km라는... 갑자기 하늘이 노래졌다.

그 때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는데, 짐작대로 국경간 거리였다면 도합 3km를 이렇게 걸어야 했다. 끔찍했으나 별수없었다.

나는 지옥을 경험하며 걷는데 옆에는 택시들이 약이라도 올리듯 씽씽 지나갔다. 3$였는데.... ㅜ_ㅜ 울고 싶었다.

군인들이 군장을 하고 행군하듯 이를 악물고 걸었다.

어깨는 부숴질 것 같았고 온몸은 땀에 젖은데다 열이 올라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죽기 직전이란 생각이 들 때쯤 저 멀리 잠비아 국경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살 것 같았다.

정말 길고 긴 시간이었다.

 

 

 

 

 

 

 

↑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 철교

 

 

 

 

↑ 철교 위에서 바라본 빅토리아 폭포

 

 

 

 

 

↑ 잠비아의 Immgraion 창구

 

 

 

 

 

 

국경에 다다르자마자 택시 삐끼들이 붙었다. 이제는 어떤 경우라도 택시 삐끼를 물리치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잠비아 국경 사무소는 에어컨을 틀어놓아 매우 시원했다. 친절한 여자분이 비자 업무를 봐주셨다.

비자fee는 무려 50$!! ㅜ_ㅜ

 

 

기다리는 동안 또 어떤 택시 삐끼가 붙었다.

주소를 보여주며 찾아갈 수 있는지 물었더니 다른 기사들은 20$를 부를텐데, 자기는 15$에 해주겠다며 꼬셨다.

여권을 다시 돌려받을 때 친절했던 창구의 여직원에게 일반적인 택시비를 물으니 10$라 하였다.

5$나 비쌌지만 매우 지쳐있었던터라 그냥 바가지를 쓰기로 하고 탔다.

택시기사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나보고 South/North 어느쪽 Korea에서 왔는지 묻다가 너희는 통일할 마음이 없느냐고 하기도 했다.

자기 생각에는 Korea는 통일을 하는게 자국에 좋지만, 미국이 남한을 마음대로 하기 위해 통일시키지 않으려

할거라는 이야기였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택시기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한 이미지인 것 같다.

 

 

 

택시는 달리고달려 어떤 캠핑장 안으로 들어갔다.

캠핑장에서 주소를 보여주자 이곳이 맞다고 했다. 안심이 되었다.

아프리카트래블코 팀이 내일 오는지 확인을 한 후 방을 잡았다. 그런데 잠비아가 짐바브웨보다 물가가 싸다고 한 건 누구인가!

싱글룸 하나에 150$나 하는데다 도미토리도 없어서 그 가격에 묵을게 아니면 텐트에서 자야 했다.

잠시 고민이 되었지만 하룻밤에 150$나 낼 수는 없었다. ㅜ_ㅜ

별 수 없이 텐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텐트도 결코 저렴하지 않아 무려 34$나 했다.

덥고 어두운 텐트 안에는 침대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한 침대에 짐을 다 내던지고 다른 침대에 뻗었다.

그렇게 누워있자니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ㅠ_ㅠ

그때 O에게 문자가 왔다. 고마운 녀석..

또다시 감동받았다.

 

 

 

 

↑ 외롭던 나랑 놀던 냥이. 오드아이가 매력적이다.

 

 

 

 

 

 

 

 

 

 

 

 

↑ 캠프의 원숭이들

 

 

 

 

 

텐트에 누워 좀 쉬다가 샤워를 하러 갔다. 땀에 젖었던 몸을 씻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캠핑장 안을 구경했다. 원숭이가 참 많았는데 예전같으면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고 싶었겠으나

인도에서 원숭이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던터라 좀 꺼려졌다. 멀릿 사진마 찍었다.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다 리셉션 옆에 잠베지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레스토랑에서는 그 강이 한 눈에 보였다.

멋진 풍경을 보며 저녁식사를 할지 잠시 갈등하였다.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임을 상기하였다. 적어도 이런 레스토랑에서는 돈을 쓸 가치가 있다 생각했다.

다시 텐트로 돌아가 지갑을 챙겨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 아름다운 잠베지강

 

 

 

 

 

 

그런데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듯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다. 마치 잘못 들어온 사람처럼...

내가 동양인이라서인지 혼자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불쾌함을 누르고 직접 종업원을 찾아가 메뉴를 요구했다. 그때서야 너도 손님이었냐는듯 반응하였다.

치킨 화지타와 모시(mosi)라는 잠비아 맥주를 시켜 홀로 먹으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자축하였다.

잠베지강은 아름다웠고 저녁이 되자 공기도 시원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비록 화지타가 좀 비리고 맥주는 물탄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런데 이번에는 모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물가였기 때문에 모기가 기승이었다. 몇 방 물리고 말면 되는게 아니라 더군다나 말라리아 모기일 수도 있어다.

비록 라리암을 먹고는 있었으나 그래도 뭔가 찝찝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화지타도 양이 너무 많아 남겼다. 아까웠다. ㅜ_ㅜ

 

 

 

 

 

↑ 치킨화지타와 잠비아 지역맥주 mosi

 

 

 

 

↑ 홀로 잠비아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이브 밤

 

 

 

 

 

 

그런데 이번에는 또 계산이 문제였다. 계산해달라고 말했더니 모두들 알 수 없는 말만 하며 다른 사람들 서빙만 할뿐이었다.

분명 내가 계산하기 위해 서있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에는 약간 화를 냈더니 계산을 해주었다. 13$가 나왔는데 20$를 냈더니 나머지를 잠비아돈으로 주려했다.

다시 13$를 정확하게 냈다.

그 식당의 불친절함이 넌덜머리나게 짜증났다.

 

 

 

텐트로 가기 전 리셉션에 멀티 아답터를 빌리러갔는데 그들은 그냥 자기네가 충전해주겠다 하였다.

핸드폰을 가져다주고 침대에 누워있다 설핏 잠이 들었다.

원래 충분히 충전시키기 위해 9시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으나 이러다 잠이 들 것 같아 그냥 받아 왔다.

90%까지 되어있었다.

 

 

 

↑ 텐트 안

 

 

 

 

텐트 안쪽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침낭을 펴 누웠는데, 아까와는 달리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느라 늦게까지 떠들썩한 사람들, 텐트르 잘못 찾아 내 텐트를 열려던 웬 남자,

그리고 모기 한 마리가 계속 나를 괴롭혔다. 게다가 침낭은 지나치게 더웠다.

나는 아프리카의 밤은 춥다며 겨울침낭을 준비하라던 누군가를 원망하며 자다깨다를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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