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가입 전교조 교사 134명 파면ㆍ해임


오늘자 기사에 민노당에 가입한 교사를 파면 및 해임한다고 떴다. 기사의 댓글에 무수한 설왕설래가 오가고,
되도록 말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보고도 못본척 하고 넘어가왔지만 오늘은 몇 자 적고 싶다.

일단 얼마 전부터 교사의 정당 활동을 금지한다는 공문이 수없이 내려왔다. 그 중에는 정당 활동시
엄벌에 처한다는 경고와 협박이 포함된 공문이 대다수였다. 물론 매년 내려오는 공문이기는 하지만
지난번 촛불시위때 강력한 어조의 공문 이후 처음있는 강한 어조의 내용이었다.
이는 6월2일 선거를 앞두고 단속코자하는 의도가 다분하였다.
천안함 사건도 그렇고 의도적으로 선거결과에 가장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시기에 효과적으로 이러한 기사를
터뜨리는 정치적 기교에 혀를 내두르며, 이번에도 이런 방식의 기교에 사람들이 속을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일단 오늘 사건에 대해서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로, 사람들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저 기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위의 기사에서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로지 '민노당'에 가입한 '전교조' 교사만 처벌하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가입한 '교총' 교사는 정말 전국에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혹은 '자유선진당'에 가입한 '무소속' 교사도 역시 전국에 단 한명도 없단 말인가.
위의 기사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교사의 정치적 논란 여부가 아니라, 하나의 당과 하나의 단체만
편파적으로 대우하는 차별적 대응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모두들 이 부분은 간과한 채, 논란의 중점을
다른 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다!
그러나 위 기사에서 아무도 그러한 것을 읽지 않고 있다.


둘째로, 그렇다면 교사는 과연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나는 그 근거를 묻고 싶다.
교사는 교사라는 직업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무릇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도리어 적극적 정치 차여가 권장되고 있다. 그런데 오로지 교사만이 그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에서
배제당해야 하는 것인가? 그럼 정치는 누가 하겠다는 것인가?
대중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연예인도 정치참여를 할 수 없고, 아랫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윗사람도 정치참여를 할 수 없고, 학생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교사도 할 수 없다면,
정치는 정치인들끼리만 하겠다는 것인가?
또한 교사의 정치적 발언이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어떤 근거가 있는지도 묻고 싶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자기의 주장이 강하고, 교사 뿐 아니라 영향받는 매체가 많기 때문에
오로지 교사의 발언과 행동으로 자신의 입장을 세우지 않는다.
도리어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는 교사의 모습이 훗날 정치에 무관심하고 수동적인
국민을 양상해내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정치적 발언을 학생들에게 공공연히 할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지도 않다.
일제고사 실시 이후 0교시에 쉬는 시간도 없애가며 학생들을 몰아쳐가는 판국에 여유롭게 정치얘기를
하고 있을 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교사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면,
왜 교사의 종교, 외모, 성격, 취향 등은 따지지 않는 것인가.
이 모두가 학생들에게 영향미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은가.
이 나라의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를 공공연히 표방하고도(심지어 수도를 바친다는 망언까지 하고도)
멀쩡한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한 전국민에게 영향끼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은 왜 그냥 넘어가는가.

교사의 중립성은 통계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크게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어느새 다수에게 옳은 개념이 되어버렸다.
교사가 중립적이어야 했다면, 일제시대에 학생들에게 총독부 몰래 한글을 가르친 교사나,
우리 역사를 가르쳤던 교사들도 모두 처벌받았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교사의 중립성이 필요하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다만 교단 위에서 제한받아야 할 것이지,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며 학교 밖에서까지 교사에게 교사의 의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간 외의 시간까지 교사로서 정치적 행동마저
금지당하는 것은 또한 어떠한 철학에 근거한 내용인지 너무나 의심스럽다.


위에서 '하지말라'고 하면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고, '하라'고 한 것은 그대로 '하기만'
하는 교사 사회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만들어가는 사회 역시 답답하다.
그런 교사가 만들어내는 교실은 천편일률적이고, 생동감이 없으며, 학생과의 소통이 없는
죽은 교실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죽어있는 교사에게서 어떻게 살아있는 교실을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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