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7.

 

신영복의 '강의' 스터디를 하다.

 

고전을 읽는 방법, 동양과 서양적 사고의 차이, 굴원에 대한 이야기, 주역의 관계론 중 자신의 능력에 관한 부분, 가운데 중시경향, 화수미제 등에 대해 이야기나누다. 그 중에서 특히 내가 나누고 싶었던 것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몇 가지만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동양과 서양적 사고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근대 이전의 서양은 과학과 신학이 모순적으로 혹은 이분법적으로 물과 정의 역할을

나누어 조화를 이루었다면, 근대 이후부터는 신학이 죽고 과학이 우위를 점하며 그 균형이 깨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그에 반해

동양학은 물과 정의 학문이 본디부터 이분법적이지 않고 하나로 조화되어 있으며, 하나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며 깊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함께 아우르는 학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이야기에서 S는 이 글의 '과학'이 우리가 말 그대로 이야기하는 싸이언스가 아니라 이성적 사고를 말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이성적 사고 전체를 과학이라 본다는 말은 다소 너무 포괄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양과 서양의 학문적 성격을 규정한 부분에서는 크게 동감하였다.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느꼈던 바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은 그 자체만을 공부하면 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나 때로는 나의 삶과 생활과 너무나 괴리됨을 느꼈다. 그것은 학문이 학문 그 자체로만 기능할 뿐, 삶과 유원해지는 성향을 지녔기 떄문이리라.

 

동양에서 말하는 '도'는 일상적 경험의 축적이라 하나, 서양의 '진리'란 일상적 삶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독한 사색에 의해서만 터득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는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두번째로 굴원의 '어부'라는 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뒤에 나오는 주역 관계론의 '천지비'와 '군자불기'와 연관지어 이야기하게 되었다. 굴원이 현실과 상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평해야 하는가. 혹은 현실과 잘 상통하는 이들에 대해 우리는 기회주의자라 이름붙여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너무나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난세에 지식인들이야말로 나서서 이 난세를 극복하도록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가, 아니면 때가 아니라 생각하여 물러나 다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시국을 기다려야 하는가.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오늘 스터디에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듯이 어느 한 쪽으로 견해를 기울이지 못할 경우에 여부의 미학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생각이 정립된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나만의 답을 내릴 수 있는 때가 있으리라.

 

 

 

세번째로 나의 자리는 내 능력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자리라고 신영복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다. 나는 이 이야기에 가슴 깊이 공감하였다. 나 자신보다 벅찬 자리를 차지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들의 미덕을 얼마나 칭송하는가. 그러나 내 능력을 70%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남은 몫의 여백에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훌륭한 것이 아닌가. 우리 학생들에게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겠지.

빠른 속도와 일등의 점수만이 칭송받는 세상에서 이러한 나의 이야기는 미친 이야기라고 생각될 것이다.

 

 

 

네번째로 가운데 자리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다. 는 이야기가 있고, 우리 사회에서는 중간에 있을 뿐 튀지 않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그와 다른 의미로 가운데 자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바로 가운데 자리의 사람이야말로 친구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선두로 외로이 달리는 사람이나, 꼴찌로 뒤처진 사람에게는 앞뒤로 사람이 많을 수 없다. 그러나 가운데 자리의 사람은 앞으로도, 뒤로도 많은 친구를 가질 수 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가운데 자리의 이점이었으며, 그만큼 공감이 된 이야기였다.

 

 

굳이 일등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이 이야기를 예로 들어 나의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이 밖에도 너무나 많은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나는 정말 이 시간 동안이 내내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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