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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감독 허진호 (2001 / 한국)
출연 유지태, 이영애, 박인환, 신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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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보고 싶다고 벼르고 싶던 영화를 보았다. 왠지 이런 식의 영화는 함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때나 그냥 시간이 남으니까 본다는 식으로 보면 안된다는 나름의 의식이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때 오늘이야말로 이런 영화를 보기에 딱인 날이었다. 적당히 차분하고, 적당히 감상적이고.

사실 줄거리를 다 알고 있었다. 소리를 모으는 남자와 라디오 DJ인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사랑이 다 하여 헤어지는 이야기. 차분하고 잔잔한 영상 속에서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에 공감하였다. 영화를 다 보고난 지금도 귓가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말하던 유지태의 음성이 울리는 것만 같다. 사랑할 때의 행복한 모습보다 헤어진 후의 방황하는 상우(유지태)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는다. 이미 끝났다고, 사랑은 그 힘을 다하였다고 아무리 알고 있어도 좀처럼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사랑은 서로 마주보며 하기도 힘든 것이고, 동시에 시작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끝낸다는 것은 몇 배나 더 힘들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결국 헤어짐은 적어도 어느 한 사람의 고통을 수반한다. 각자의 그릇에 담긴 사랑이 달랐기에 한 쪽의 사랑이 고갈되었어도 다른 쪽에는 아직 사랑이 많이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남은 사랑을 버리는 것은 많은 시간과 고통을 필요로 한다. 어떤 말도 귀에 들리지 않고, 잊지 못하고 자꾸만 그리워하는 자기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면서도 그래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상우의 모습이 가슴이 깊게 와닿고 공감되었다.

결국 아름답던 봄날은 갔다.

그리고 그들에겐 이제 기억만 남았다.

 

 

 

 

-2004.08.12 21:16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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