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7.


오랜만에 얻은 봄날의 휴가.


사랑스러운 봄날의 날씨와 함께 행복했던 하루였다.


집안일을 어느 정도 끝내고, 집을 나서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3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한번 오른쪽으로 꺾으니 대림미술관이 눈에 보인다.


오늘은 '스타이들 전'을 보러왔다.

책 자체로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도 않거니와 신기한 생각이 들어 보러왔는데, 참 즐거웠다.

책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여기고 제작하는 스타이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전시였으며, 텍스트와 컨텐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나에게는 좀 다소 충격적이었다. 북커버, 종이재질에서부터 엮는 방식, 활자의 종류와 크기, 디자인 등 책의 전반적인 하나하나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장인정신이 느껴져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종이를 날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과 책으로 만든 책장, 샤넬과 함께 한 칼 라거펠트의 사진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The little black jacket은 샤넬의 대표 아이템인 검은 재킷을 소재로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다양한 포즈와

소품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었는데, 같은 재킷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워 도무지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사진 한장한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으며 다채로운 연출력과 느낌에 감탄했다. 심지어 그 책에 있는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있다고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 구매하고 싶어 사진집을 검색해보니 20% 할인 후에도 무려 10만원.

허더덕한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사진집이었다.



전시를 본 후에는 통의동 일대를 천천히 걸어 산책하다가 b612라는 북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

정호승의 시집을 골라 아무 곳이나 내키는대로 펴 읽었다. 문득 '모른다'라는 시를 보게 되었는데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 아래 전면 유리로 되어있는 북카페에 기대앉아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눈 앞의 벚꽃잎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싱숭생숭하였다.


그 후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녀에 대하여'라는 책을 후딱 읽었는데, 오랜만에 읽어 재미있긴 하였으나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성향대로 약간의 샤머니즘적인 느낌으로 결말이 나 아쉬웠다. 대체로 나는 그런 주제에 끌리진 않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챙겨온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껭'을 읽었는데, 과연 O가 추천할만한 책이었다.

나는 너무 재미있고 흥미있어 책을 덮을 수 없었으나 저녁 약속이 있어 아쉬운 마음을 남기며 책을 덮었다.



저녁은 이대에 가서 친구 M과 함께 했다.

삭이라는 분식집에 가서 튀김과 달달한 떡볶이를 먹은 후, 멋진 주인아저씨가 계신 와플집에 가서 더 달달한 와플을 먹었다.

친구는 내가 무척 들떠보인다고 했다.



봄날에 취해 들뜨고 감동하고 생동했던 하루였다.

힐링이 된 하루.

덕분에 난 오늘 아침 더욱 힘내서 눈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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