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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0 1박2일의 전주기행

1박2일의 전주기행


야탑 버스 터미널에서 전주행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새벽 6시부터 약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있고, 소요시간은 2시간 35분.
저는 11시30분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정말 정확하게 2시간 35분을 달려 오후 2시1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가이드북에 많이 나왔던 '가족회관'.
비빔밥 한 그릇에 무려 10,000원이나 하는 엄청난 곳입니다....만
제 생각에 맛은 좀 평범한 느낌이네요. 식당의 크기가 많은 손님의 크기를 짐작케 했지만,
왠지 좀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한옥마을을 방문.
영주의 한옥마을, 안동의 하회마을, 북촌 한옥마을 등을 모두 가 보았지만 전주의 한옥마을은
좀더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습니다.
한옥만 주욱 늘어서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방이나 황손의 자택,
한옥을 개조한 전통 찻집 등이 친근하게 어우러져 있더군요. 공공기관에서 한번에 좀 정리를 한듯
한옥들은 저마다 새로 짓고 깔끔한 느낌입니다.









↑ 한옥마을의 전체지도
생각보다 볼거리, 먹거리가 많습니다 :)


이번에는 한옥마을 내에 있는 '경기전'을 방문하였습니다.
'경기전'은 조선의 시조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곳입니다.
좀 춥긴 했지만 눈 쌓인 경기전의 모습은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전주 친구의 말에 의하면 꽃 피는 봄이나 낙엽 쌓여있는 가을에 와서 산책하면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 경기전 입구










이번에는 '성균관 스캔들'의 촬영지이기도 했다는 전주향교로 향했습니다.
관광지로 개발중인지 한창 공사중이라 안쪽의 모습은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전체컷만 하나 찍고, 추위에 몸을 떨며 돌아섰습니다.



서둘러 찻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친근한 느낌의 골목이 보여 찰칵 또 한장 남깁니다.
요 사이 삐까뻔쩍한 간판이 늘어나며 어릴적 많이 보던 이런 간판이 이제는 거의 사라져간 것을 세삼 느끼게 됩니다.
이런 간판에 향수를 느끼게 될줄은 미처 몰랐었는데 말이지요 :)




한옥마을 내에는 예쁜 카페와 찻집이 많아서 골라가는 재미가 있네요. 모두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짧은 여행이니만큼 참 선별하여 들어갔습니다.
한옥집 그대로를 찻집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방 안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같네요.
날이 무척 추웠던지라 오랜 시간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가 좋아한다는 순두부집에 가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하루일과를
정리하였습니다. (순두부는 먹기 바빴던지라 사진이 없네요;)








이튿날 아침!

절에 가보고 싶은 저의 간절한 소망으로 전주 근처의 절들을 엄선하다 내장산 자락에 있는 내장사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내장사까지는 전주에서 약 50km 정도 달려야 하는데요.
산까지 가는 길에 눈 쌓인 들판과 산자락의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쌓이면 산 입구에 차를 놓고 한 시간 가량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눈이 내린지 2-3일 지난 후라 안쪽까지 차를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날씨만 춥지 않다면 눈길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추위가 너무 막강하네요 ㅜ_ㅠ




내장산에는 가을에 단풍을 구경할 수 있게 단풍열차도 있고, 케이블카도 있고, 내장사 외에도 작은 암자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친구 말에 의하면 가을이 되면 단풍 구경오는 사람들이 산이 꽉 들어찬다고 하네요.
저희가 갔을 때에는 저희 이외에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연등과 시를 건 플랜카드가 펄럭이는 눈길을 저벅저벅 걸었더니 눈 앞에 일주문이 보입니다.
'내장산내장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다시 다소간 눈길을 걷습니다.







돌다리를 건너 드디어 천왕문에 이르렀습니다.
절에 들어오는 악귀를 막고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경건함을 일깨우는 사천왕상을 모신 문입니다.
천왕문에 붙어있는 현판의 글씨체가 조금 낯설어 보였습니다.
얼핏 보았을 때는 일본의 히라가나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자세히 보니 독특한 필체의 한자네요.
10여년 전 최명희님의 혼불을 읽었는데, 그 내용은 멀리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몇 권인가에서 너무나 생생하고 소름끼치게 묘사했던 사천왕상에 대한 내용의 인상은 아직도 남아있어
항상 절에 가면 사천왕상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게 됩니다.
발로 손으로 악귀를 누르고, 화려한 옷에 부릅뜬 두 눈.
사천왕에게 짓눌린 악귀와 중생들을 보면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여실히 느낄 수 있더군요.
내장사의 사천왕은 지금껏 제가 보아 온 다른 사천왕상에 비하면 조금 덜 위협적인 것 같네요. :)










천왕문을 통과하니 절의 내부가 저를 반깁니다.
바람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경내를 풍경이 홀로 울리며 채워가네요.
풍경 소리가 아름다워 발걸음도 멈추게 됩니다.
줌을 당겨 찍었더니 이상한 자국이 남네요. 카메라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
계단을 오르니 사리탑과 대웅전이 전면에 보입니다.








일단 좌측에 있는 범종과 목어를 구경합니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워 사람을 예민하게 하고 듣기 싫은데,
희안하게도 종은 금속인데도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니 아이러니하지요.
어떻게 같은 물질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오락가락하게 하는지...
아쉽게도 범종이나 목어의 소리는 들어볼 수 없었습니다.
준비가 자세했다면, 범종이나 목어를 치는 시간에 가볼 수도 있었을텐데,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네요.
다시 경내를 죽 둘러보니 눈 쌓인 절의 모습이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위용을 자랑하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앞에는 작은 석등이 하나 보입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사리탑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반대편으로는 불자들이 돈을 내어 단 듯한 연등이 색색깔로 펼쳐져 있습니다.
이름이 적힌 카드를 연결한 작은 금속고리가 바람에 부딪혀 재잘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수백명이 작게 속닥거리는 느낌이네요.
무슨 염원으로 이렇게 연등을 달았을까요.
사람들의 염원은 여전히 바람에 속닥거리며 오늘도 절을 화려하게 빛내겠지요.




연등이 있는 곳을 넘어서니 약수가 보입니다.
얼음이 꽝꽝 얼었지만 누군가가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놓았네요.
한 바가지 가득 퍼서 마셨더니 맛은 모르겠고 이가 시려옵니다. 하하;







다시 한 번 경내를 찬찬히 둘러보는데, 문의 경첩이 아름답네요.
대웅전의 좌측 편으로 돌아가 탱화를 보았는데 이런, 마음이 아픕니다.
이리저리 긁히고 낙서된 탱화의 모습이 보이시는지...
누구누구 하트 이런 식의 낙서로 훼손된 탱화에서는 아우라보다는 연민이 느껴지네요.








너무 추워 오랜 시간 절을 둘러보지는 못하고 곧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지붕에 쌓인 눈을 보니 굉장히 따뜻해 보이네요.
다시 산을 내려와 나무 그루터기 의자 위에 쌓인 눈을 보니 옹기종기 귀여워보입니다.
눈이 참 많이 오긴 했나봅니다.




배가 고파 차를 돌렸는데, 친구가 이번에는 자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집에서 비빔밥을 먹어 보잡니다.
어제 가족회관에서의 비빔밥이 그냥 그랬기에 기대없이 따라갔는데 웬걸, 너무 맛있습니다.
역시 맛집은 가이드북이 아니라 소문을 듣고 따라가야 하는 것 같네요.
거의 유일하게 음식 사진을 남길 수 있었네요.
그 밖에도 갈비, 콩나물 국밥 등 많은 음식을 먹었지만 먹느라 정신없어 사진을 한 컷도 못찍었더라는...(-_ㅠ)
그 중에서 '왱이집'이라는 콩나물 국밥 집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큼 맛있었습니다.
전주를 방문하시면 한번 꼭 찾아보시길.
아침부터 속이 든든하더랍니다. ^^




중간중간 전주대도 구경하고 도청도 가보고 했지만, 너무 추웠고 사진도 찍지 못해 강하게 인상에 남진 않았네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긴긴 대화를 나누다 밤 9시 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전주를 방문하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전주를 다녀와서 많이 깨졌습니다.
아름답고 한적하고 깨끗했던 전주 시내의 이미지가 참 좋네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남도쪽으로 내려가 운주사도 가보고, 녹차밭도 가보고, 땅끝마을도 가보고
맛난 남도 음식도 더 먹어보고 싶네요.

맛있는 음식, 한적한 풍경, 좋은 친구가 함께 해서 삼합이 잘 이루어졌던 여행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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