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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참말로 좋은 날

참말로 좋은 날


참말로 좋은 날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성석제 (문학동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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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소설은 서너권 읽었던 것 같다. 그의 책을 고른 데에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작가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을 뿐... 사람들은 그를 이야기꾼이라 부른다. 그렇다. 그는 정말 이야기꾼이다. 가마솥에 누룽지를 박박 긁어먹듯, 열기가 남은 화톳불에 감자를 구워먹듯 구수한 이야기를 능란하게 해내는 인기 이야기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 서너권을 구별없이 주워 삼키는 동안 내가 특별히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독특한 그의 문체에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어르고, 달래고, 추임새가 있는 그런 문체.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주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같은 이야기.
그러나 결코 내용은 그렇지 않은 이야기. 나는 낯을 무척 가리기에 그런 문체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을 때 '어랏' 하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 어느 순간 푹 빠져들었다. 예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말끔하고 매끄러운 문장 구성력하며 입담은 그대로인데 그의 무엇인가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해학적이고 우습던 그의 이야기는 어디로 간 것인가! 제목은 '참말로 좋은 날'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그의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때로 읽는 이를 공통으로 기운빠지게 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가장이 자신의 아들, 딸, 부인을 살해하고 자살한다던가 하는 것이 바로 그런 류의 기사이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면 나는 도대체 무슨 억한 이유가 있길래 그렇게 상상도 할 수 없이 참혹한 짓을 저지르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뿐... 그런데 그렇듯 참혹하고 상상도 안되는 사건들이 이 소설 속에서 너무나 생생히 재연되고 있었다. 그 특유의 맛깔나던 입담이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대의 비극을 이야기할 때 얼마만큼 적나라하고 안타까운 소설이 탄생하는지 확인했다. 막다른 곳에 다다른 사람들. 아둥바둥해도 제 자리, 아니 제 자리도 못 지키는 사람들이 눈 앞에 살아 숨쉬고 있는듯하여 소설 하나, 하나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 쉬어야 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눈을 감아도 한참동안 그 잔상이 가시질 않듯, 눈을 감아도 소설의 잔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나는 문득 모든 것을 잊고 잠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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