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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그녀가 죽었다

그녀가 죽었다



 
 

「그녀가 죽었다」

 이시키 노부유키, 오카자키 마리 作. 대원씨아이 전2권 完.

 댄서가 되고 싶었으나, 삼류 클럽에서 마를린 먼로를 흉내내고
'오빠와 함께 체조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살아야 하는 남자 안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유카리.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러브호텔의 대기실.
차례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잠들어버린 각각의 파트너를
그곳에 버리고 함께 도망치며 즐거워한다.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딱지가 붙은만큼 길게 이어지는 섹스 장면.

 둘은 실컷 섹스를 하고 아침까지 함께 있는다.
그리고 안자이는 3년만에 처음으로 약 없이도 잠들 수 있게 된다.
눈을 떴을 때 이미 사라진 그녀.
안자이는 곧 그녀를 잊고 일상을 반복한다.
약과 마를린 먼로의 의상과 함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잘 모르는 여자와 섹스하고 있던 안자이의 집에 두 명의 남녀가 들이닥친다.
유카리의 여동생 레코와 자칭 유카리의 약혼자 소지식 군.
그들은 유카리가 안자이와 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자살했다는 것을 알리고 그녀의 부탁대로 금붕어를 전해준다. 

  

그녀가 죽었다.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유카리의 자살 이유.

세 명은 유카리의 핸드폰에 기록된 169명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녀가 맨션에서 뛰어내린 이유를 찾게 된다.
그것이 이야기의 시작.

 

유카리의 메일친구, 예전 남자친구, 유카리에게 자전거를 판 상점의 아저씨 등
유카리를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을 통해 아무도 모르던 유카리의 삶이 펼쳐진다.
카바레식 클럽에서 일하면서도 손님을 봉으로 보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보던 유카리. 7년 전 낙태 수술을 받았던 유카리.
남자친구에게 돈을 빼앗기고 차인 유카리. 어부와 함께 세미나에 등록되어 있던 유카리.
외국인 노동자들과 자전거를 타던 유카리.
섹스하고 난 후 상대 남자의 몸에 몰래 낙서를 하던 유카리.
쉽게 몸을 주면서도 자신을 10년동안 짝사랑하던 상대에게는 손 한 번 잡아주지 않던 유카리.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학교. 이탈리아 어학연수. 계속되는 전직. 방송작가 학원... 등.

 그러나 그 어떤 유카리에게도 찾을 수 없는 죽음의 이유.

핸드폰을 매개로 뭉쳐진 이상한 모임.
유카리를 더듬어 나가면서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죽은 것 같은 삶.
그 속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생기있던 유카리가 갑자기 죽어버린 이유를 찾으려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들은 결국 유카리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조금 섬찟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결말.
그렇지만 정말 이 만화다운 결말이다.

그녀와 함께 클럽에서 일하던 안도 사치가 말한다.

"이곳에 왔을 때는 부모와 친구를 버렸어. 
 나도 주소록에 없는 사람이야. 유카리는 핸드폰에 내 번호를
 남겨뒀지. ㅡ쓸데없는 일이야! 혼자가 편해. 혼자가 가장 좋아.
 자유롭지." 라고...

그러나 그녀는 곧 뒤돌아 이렇게 말한다.

"유카리에게 전해 줘. 고맙다고.... 번호를 지우는 것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그래도 사실은 나 혼자가 아니었어.
기운을... 얻었어."

 

현재 내 핸드폰에 등록된 224개의 번호.
이 번호를 통해 나를 찾아나선다면 어떤 모습의 내가 보일까? 

장담컨데 그것은 유카리만큼이나
순수하고 자유로운 모습은 아니겠지.
오히려 모르는 것이 더 나을듯한 모습.

 

갑자기,
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운 날에
찐득찐득 묻어나는 아스팔트 피지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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