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Jogjakarta(족자카르타, 혹은 Jogja족자) (1)


2. 족자 (1)

-부제 : 족자에 가게 된 이유




↑보로부두르 사원(Borobudur Temple)

                                                            : 족자에 있는 세계 최대의 불교유적.824년 만들어짐.





족자는 발리와는 달리 정보 위주가 아니라 여행기 식으로 올리고자 한다. 

사실 그다지 전할만한 정보가 없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느꼈던 감정들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족자라는 지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인도네시아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족자를 추천하였다.

족자는 Jogjakarta(족자카르타)의 줄임말인데, Yogjakarta(욕자카르타)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읽을 때는 족자카르타 또는 족자라고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느낌의 도시랄까. 고대 자바 섬의 중심지였던 모양이다.

현재도 Keraton이라는 우리로 말하면 일명 성에 술탄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고유의 문화를 잘 간직한 족자카르타에 가보기로 결심하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라이언 에어!(Lionair)










족자에 가기로 결심했던 그때쯤, 인도네시아에 거주한지 한 달이 다 되어 머물고 있는

집주인분께 하숙비를 내야 했다. 9월1일에 집으로 하숙비를 받기 위해 찾아오신

친절한 집주인인 Y씨에게 돈을 지불했더니, 자기 집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날은 이미 식사를 마친 후였으므로 다음날 Y씨 집에 방문하여

식사대접을 받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현재인의 평범한 생활모습을 볼 기회였으므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 Y씨 역시 그 근방에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길을 어찌 찾아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관리인 아저씨가 문을 두드렸다.

Y씨가 차와 기사를 보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당황스러웠다.

분명 Y씨 집은 우리 집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들었는데....

혹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일까?

좀 당황하며 일단 차에 올랐다. 기사가 문을 열고 닫아주기까지 했다.

황송한 기분과 더불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차는 내가 알던 바로 그곳! 걸어서 5분 거리의 그 집 앞에 섰다. 기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문 앞에 서 있던 가정부가 뛰어가 우리의 방문을 알렸다.

가정부가 들어간 쪽으로 따라갔더니 갑자기 기사가 놀라며 앞 쪽의 큰 문을 가리켰다.

가정부가 드나드는 문과 원래 정문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내 등뒤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 온 것 같았다.




안내받은 문으로 들어가니 아주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모든 기자재와 가구 등이 고급품임에

틀림없는 깔끔한 집이 보였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인테리어가 심상치 않았다.

내 손에 든 허접한 한국 기념품 색동 파우치와 책갈피 등이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우리는 문 앞의 쇼파에 잠시 앉아 식사 준비가 끝날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집이었지만, 에어컨이 없어 나는 땀을 뻘뻘 흘려야 했고, 땀 냄새에 모기가 엄청 기승이었다.

그런데 Y씨는 신경쓰지 않는듯 보였다.

Y씨가 네 명의 딸들을 소개해주셨다. 그 중 첫째 딸은 고등학생인데, 영어를 아주 잘했다.

모두 엄청 미인이었다. 막내 딸은 이제 4살 정도 되었다.





식사가 준비되었음을 알리는 가정부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식탁에 앉았다.
한눈에 보아도 그릇 등이 값싸보이지 않았다. 내 등뒤에 계속 식은 땀이 흘렀다.

그냥 하숙집 주인인줄 알았던 Y씨가 알고보니 생각보다 부자였던가 보다 싶었다.

부끄럽지만 기념품을 드리고 식사를 했다.

어떻게 먹는 음식인줄 몰라 우리가 망설이자 Y씨가 친절하게 시범을 보여주셨다.

연신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싱글벙글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Y씨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딸들과 Y씨와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정말 엄청나게 맛있었다.

원래 고수를 잘 먹지 못하는데, 고수가 정말 딱 적당하고 맛있게 들어있어 나조차도 잘 먹을 수 있었다.

식사는 무슨 레스토랑처럼 코스로 나왔다. 

샐러드부터, 에피타이저, 메인요리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는 뚜레쥬르 푸딩이었다.

Yi씨의 딸들이 뚜레쥬르 푸딩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실 큰 딸 말고는 영어를 다들 못해서 의사소통이 참 힘들었다.

다른 딸들은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Y씨는 열심히 우리와 소통하려 했지만 영어가 짧으셨다.

그렇지만 한국드라마와 영화를 너무 좋아하셔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계셨다.

심지어 요즘 방영하고 있는 '잘 키운 딸 하나'도 보고 계시다 했다. 









아무튼 그러던 와중에 족자에 갈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Y씨가 족자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자기가 도와주고 싶다고 계속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

그 전에 반둥이며 다른 곳을 구경시켜 주고 싶다고 하시는 것을 계속 거절할 참이라 

또 거절하기가 애매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Y씨의 짧은 영어에 족자의 아는 사람이란 분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 아는 분의 여행사를 이용하면 그래도 좀더 싸게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알았다고 했다.

Y씨는 비행기는 이미 예매해서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호텔이나 족자 내에서의 여행은

모두 자기에게 맡기라며 자기가 전화해두겠다고 했다. 

사실 그 당시 우리는 비행기도 예매하지 않았지만, 그것마저도 해주실 기세라 부담스러워

이미 비행기는 예매했다고 거짓말을 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집에 가자마자 미친듯

비행기표를 예매해야 했다. 하하...;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아는 분의 여행사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순진한 기대에 그렇게 Y씨의 호의를 받아드렸다.





아직 여권을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돌려받지 못해 국내선일지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그 부분을 Y씨에게 물어보자, 잠깐만 기다리라 하더니 공무원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듯 했다. 전화를 끊은 Y씨가 아마 괜찮을거라 하며 하지만 만약

공항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기에게 전화를 하라는 것이 아닌가. 남편과 통화하면 문제없이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뭐 일단 알았다 대답했다.

저녁식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다 한사코 만류하였지만, 결국

Y씨의 뜻대로 다시 5분 거리를 차를 타고 가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족자에 가기로 한 전전날.

Y씨가 모든 것을 맡기라고는 했지만, 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 슬슬

불안해졌다. 우리는 Y씨에게 문자를 보내 우리가 묵을 숙소가 정해졌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영어가 짧은 Y씨는 호텔 이름만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 이름은 "Hayatt Regency" 

정말 "헉!"이었다. 뭔가 촉이 이상했다. 

하얏트같은 고급 호텔을 예약하면서 우리에게 괜찮은지 미리 묻지 않으신 것이 이상했다.

그것도 그 친절하신 Y씨가!

뭔가 우리에게 돈을 받지 않으실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려 하얏트로 숙박을 정하시고,

대신 돈까지 내주시다니! 너무 고맙지만 미칠듯 부담스러워졌다. 

하지만 Y씨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ㅠㅠ






족자 출발 하루 전.

다음날 새벽에 출발해야 하므로 짐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Y씨였다.

Y씨는 영어를 할 수 있는 큰딸을 대동하고 나타나셔서 우리에게 2박3일간의 족자 일정을

주셨다. 그걸보니 역시 여행사가 맞았구나 싶긴 했다.

표로 잘 작성된 일정 맨 위에는 F라는 이름과 함께 전화번호가 있었다.

이 F라는 사람에게 연락하면 된다는 것이 아닌가. 이 사람이 가이드인듯 했다.

지난번 반둥에서 봤던 할아버지가 떠올라 나이 지긋한 아저씨 정도로 생각이 되었다.

일정표를 나누어준 Y씨께서 내일 공항에 어찌갈 생각인지 물었다.

그냥 택시를 타고 가려 한다 하자, 한사코 고개를 저으며 기사를 보내주겠다 하시는게 아닌가.

괜찮다고 엄청 거절했지만, 소용없었다.

Y씨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엄청난 호의들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Y씨는 기사를 우리 집에 두고가셨다. 내일 새벽에 우리가 원할때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친절한 Y씨! 우리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호의와 함께 우리의 족자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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