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여행기 ③



나와 Vivek을 태운 택시는 카트만두의 타멜(Thamel)거리로 들어섰다. 
타멜 지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구로 각종 호텔이나 레스토랑, 관광 상품 가게가 즐비한,
우리나라로 치면 이태원이나 인사동 정도 되는 거리이다.
만약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머물 생각이라면 타멜 지구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네팔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다소 얼마간의 예외를 인정받는 지역이니 말이다.

 

↑ 타멜지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이나 상점이 즐비하다.
간판도 모두 영어이며, 여행 중 필요한 물품을 쉽게 살 수 있다.

 

 택시는 Blue Diamond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 마당 안에 섰다.
내가 택시비를 치루려 했지만, Vivek은 자기가 낼름 내버렸다.

1층 카운터에 들어가니 검은색 비니 모자를 쓰고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열쇠를 받았다.
내 방은 3층의 Single Room이었는데 당연하게도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실제로 네팔에 머무는 내내 단 한번도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방은 깔끔해보이기는 했지만, 썩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사치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Vivek은 방이 마음에 드냐고 물었고, 나는 건성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Vivek은 피곤하지 않냐며 쉬는 게 어떻냐고 했지만, 나는 왠지 들뜨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Well, Shall we go?"

 "Yes!"

 

↑ 첫 날 머문 Blue Diamond

 

  원래 본래 예정은 카트만두 공항에서 바로 포카라(Pokhara)로 출발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공항에서 너무 시간을 끄는 바람에 그 날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저녁 시간이 비게 되었다.
Vivek은 호텔 바로 앞 회사건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 곳에는 Vivek의 친구가 있었다.
Vivek보다 20살 이상 많아보이는 친구였다.
그는 타멜 지구에서 관광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었다.
Vivek은 그에게 포카라까지의 교통수단과 호텔 등의 예약을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의 여행 일정을 의논했다.
그는 이러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흔히 그렇듯 상당히 수완이 좋아보였고, 말도 꽤 잘했다.
영어와 네팔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Vivek에게 나 혼자서도 충분히 네팔여행을 할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하였으나 Vivek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기는 이미 내가 올 때를 대비해서 미리 일을 다 끝내놓았고, 2주간의 휴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Vivek을 설득하고 싶었지만,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설득은 커녕 Vivek의 말에 대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약간의 실랑이 끝에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항상 메일로도 'I'm busy'를 연발하곤 했음을 잘 아는지라 무척 걱정되었다.
'정말 2주나 휴가를 내도 괜찮은걸까?'하는 의구심이 자꾸만 솟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었다.

   대강의 여행일정을 짜고, 교통수단이나 호텔비를 미리 치루었다.
회사에는 몇 대의 컴퓨터가 있는데 놀랍게도 모든 모니터가 모두 한국 제품이었다. Samsung과 Daewoo, LG가 주를 이루었다.
Vivek의 친구는 'Nepal is Second Korea'라며 농담을 했다.

예약을 하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자 Vivek은 잠시 부근을 둘러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회사 안에서 지루하던 나로서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처음 발을 디딘 네팔의 거리는 너무나 이국적이고 낯설어서 나는 완전 넋을 빼놓았다.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 굉장히 복잡한 거리, 까만 피부의 사람들이 내 시선을 단숨에 앗아갔다.
거리에는 현대적 건물과 옛 건물 또는 사원들이 일말의 울타리도 없이 뒤섞여있었다.
거리에도 사람, 동물, 오토바이 등이 혼재해 있었으며 매우 복잡했다.
특히 오토바이가 무척 많았는데, 그들의 난폭한 운전과 클랙슨에 기가 질려버렸다.

 

http://minihp.cyworld.nate.com/pims/board/video/videobrd_view.asp?tid=16173617&item_seq=15076727&board_no=37&cpage=1&list_type=0

↑ 카트만두 거리 동영상

 

 


 

 그토록 복잡한 거리를 발길 닿는대로 걸으며 Vivek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80% 정도를 Vivek이 말하고, 나는 듣기만 했다.
Vivek은 중간중간 내가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으며 내가 이해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해 주었지만,
다시 이야기해준 것조차 이해 못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거리에 가득찬 사람들.
사정 없이 클랙슨 울려대는 오토바이 무리들.

특히 그들은 내 발의 몇 cm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서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발에 오토바이 바퀴가 스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느릿느릿 거리를 활보하는 소, 닭, 개 등.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릭샤들.
거리 곳곳에 가득 찬 먼지와 매연, 그리고 쓰레기들.
뒤죽박죽 뒤섞인 건물들과 미로같은 도로.
거리 곳곳에 있는 작은 사원들.

 

모든 것이 너무 신기해서 나는 지치는줄도 모르고 열심히 걸었다.
사실 Vivek의 이야기보다 거리 구경이 더 재밌었다.
조금 식은땀이 나기도 했다. 이토록이나 낯설고 어지러운 거리를 혼자 걸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Vivek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외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 거리 곳곳에 존재하는 사원들.
크고 작은 사원, 힌두사원, 불교사원 등 다양한 사원이 혼재해있다.

얼마나 그렇게 걸었을까?

타멜 지구를 벗어나 두르바르 광장을 지나고도 한참을 계속  걸었다.
Vivek은 그 동안에도 끊임없이 네팔의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가장 신기한 것은 네팔의 국기였다. 해와 달이 귀엽게 그려진 국기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빠른 속도로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스름이 깔리자 거리는 금새 캄캄해졌다. Vivek은 이제 서둘러 돌아가자고 했다. 우리는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나 너무나 복잡한 길때문에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Vivek은 카트만두에 3년째 살고 있으면서도 길을 잃었다. 그 정도로 길은 좁고 꼬불꼬불하고 미로같이 엉켜 있었다.
Vivek이 여러 번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서야 우리는 타멜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새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시 Vivek의 친구에게 들러 예약을 완료하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Vivek은 네팔 음식을 먹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물론 네팔에 와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꼽고 있었으므로, 나는 당장에 승락했다. Vivek은 좁은 골목의 이층 가게로 안내했다.


 조명의 조도는 매우 낮고, 창은 있되 창문이 없으며, 뭔가 부산하게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Vivek이 메뉴판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거의 50개가 넘는 메뉴가 적혀 있었으나, 나는 단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전부 다 처음보는 메뉴였던 것이다. 내가 모르겠다고 하자, Vivek이 알아서 주문을 했다. 곧 음식이 나왔다.
달 바트 타카리(Dal Bhaat-tarkaari)라는 음식이었는데, 네팔에서 매 끼니 먹는 바로 일상식단이었다.
밥에 렌즈콩과 채소를 곁들인 카레 요리이다.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밥, 콩, 채소, 카레가 아니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맛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쟁반 가득 담겨진 밥을 보고 경악하며 한국에서는 이의 1/4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식사를 시작한 나는 곧 밥의 양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쌀이 한국보다 훨씬 가벼웠던 것이다.
훌훌 불면 그만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가볍고 텅 빈 쌀은 생각보다 배에 차지 않았다.
따라서 그렇게 많은 양을 한번에 먹어야 했던 것이다.
그 외의 반찬은 모두 한국음식 무언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입에는 잘 맞았다. 그러나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집에 식구들이 와 있어서 집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Vivek은 커피 한잔을 시켰을 뿐 식사는 않고, 내가 먹는 것을 내내 지켜보았다.
거기다가 식당의 주인과 종업원들도 내가 신기했던지 테이블 주위에 몰려들어 내가 먹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고작 두 평 남짓한 좁은 식당에는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나는 대여섯명의 네팔 남자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처음 보는 네팔 음식을 먹어야 했으므로, 정말 체할 지경이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정신없이 먹은 후 네팔차를 마셨다.
계피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특이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방까지 데려다 준 Vivek은 인사를 한 후 손을 흔들며 집으로 갔다. 혼자 남은 나는 샤워를 하고 싶어져,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 경악해야 했다.
뜨거운 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찬물로 샤워를 했다.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혔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나왔는데, 방 안도 무척 추웠다.
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 침대 속으로 돌진했으나 아뿔사! 이불 속은 완전히 얼음장이었다.
나는 약간 남았던 나의 체온마저 침대시트에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방 구석에 있는 온풍기를 최대로 틀고 그 앞에서 몸을 녹이려 했으나, 온풍기의 기능이 너무 미약해서 이게 정녕
따뜻한 바람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카메라로 셀카를 찍고, 그 날의 일기를 녹음으로 저장했다.

덜덜 떨릴만큼 추웠으나, 곧 몸의 체온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냥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밤새 추위에 떨며 거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네팔에서의 하룻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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