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9.

2015.08.29.




오랜만의 히리피 모임. 죽은 상점들의 거리.



밤 택시를 타지 않기 위해 늘 촉각을 곤두세워 막차를 타곤 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화는 도무지 끊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당연히 막차가 이미 지나갔으리라 생각하고 지하철 개찰구를 지났는데, 안내판은 내 생각과 달랐다. 심지어 세 대의 열차가 남았다고 광고하는 것이 아닌가. 당연하게도 나는 잘못된 안내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일단은 역내 안으로 들어왔다. 때로 막차가 약간씩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열차를 정말로 세 대가 남아 있었다.

오랜 세월 2호선 막차를 타고 집에 왔던 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급하게 검색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 오후 8시 반쯤 2호선을 점검하던 20대 청년이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어 숨졌던 것이다. 그로 인해 한 시간 가량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다.

아마도 지금 다니고 있는 열차는 그로 인해 지연된 열차의 운행이었을 것이다.



환한 실루엣. 해변의 사나이라 했던가.

오늘 읽었던 책 그대로 오늘 한 젊은이가 마치 해변의 사나이처럼 조용히 죽었다.

나는 그 열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행운을 누렸다.

이것은 그의 죽음에 기인한 행운이었다.



나는 이 열차를 탄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감정과 별개로 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안정적인 귀가에 안도감을 느꼈다. 해변의 사나이처럼 젊은이의 죽음은 2호선의 연착으로 치환되어 죽음이 가지는 무게를 상실했다. 안도감과 죄책감이 내 정서를 불안정하게 하였으나, 나는 알고 있다. 내일 아침 눈을 뜰 때, 나는 죄책감을 지워버릴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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